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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재즈, 최규용] 프리재즈2

Arbor zip 2024. 8. 5. 14:22

완벽한 연주가 가능할까?

 

기존의 형식과 다른 늘 새로운 연주와 음악을 추구한다는 것은 프리재즈 연주자 본인들에게도 쉬운 것은 아니다. 아무리 독창적이고 자유로운 연주였다 하더라도 다시 다른 곡을 연주해야 하는 시기에는 그 독창적이고 자유로웠던 연주가 다시 넘어야 할 과거의 벽으로 작용 하기 때문이다. 즉, 매번 프리재즈 연주자는 이전의 자신, 이전의 연주와 단절의 고통을 감수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사실 이것은 불가능에 가까운것이다. 왜냐하면 아무런 제약이 없는 즉흥연주를 펼친다 하더라도 연주자는 무의식적으로 이전에 경험했던 음악의 영향을 받게 되기 때문이다. 

 

https://www.youtube.com/watch?v=I5sjR2yYWRI&list=PLXfrcG1laNyygX5NVBylBv_tZ_H66VeRM

 

실제로 프랑스의 유명한 즉흥 연주자 루이 스클라비(Louis Sclavis)는 2001년 ECM레이블에서의 앨범 <L'affrontement Des Pretendant>에서 <손의 기억>이라는 곡의 작곡 동기로, 무의식에 가까운 완전 자유 상태에서 즉흥연주를 펼치려고 했으나 손이 저절로 기존의 연주 습관을 따랐었던 경험을 이야기했다. 그리고 여성 보컬 디디 브리지워터(Dee Dee Bridgewater)의 경우 최근 몇 년동안 활동을 멈추고 휴식을 가졌는데, 그 이유는 한 공연에서 자유롭게 펼쳤던 스캣이 놀랍게도 일 년 전 다른 공연에서 했던 스캣과 같은 것이었음을 발견했기 때문이었다.

https://www.youtube.com/watch?v=3XrOA-fTNIs

 

이처럼 연주자들은 자신의 과거로부터 자유로울수 없다. 진정으로 자유로운 연주는 오히려 악기에 대한 지식이 없을 때 가능할 것이다. 그러면 자신의 의도와 상관없는 음들이 나올 테니 말이다. 많은 연주자들이 악기를 새로운 방식으로 다뤘던 것도 가장 근본적인 부분만을 남겨두고 기존에 형성된 악기와 음악에 대한 지식을 버리기 위해서였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러한 연주는 과거나 미래의 재즈와 연관성을 가질 수 없는 단발적인 퍼포먼스 이상의 의미를 지니지 않는다. 그리고 이러한 순수즉흥 연주는 프리 재즈에서도 매우 드물다. 

따라서 현실적으로 가능한 즉흥 연주는 그저 머릿속에 떠오르는 순간적인 악상을 기존 관습의 영향 여부과 상관없이 곧바로 연주로 표현하는 것이다. 즉, 기존의 조성법칙이나 연주방식을 따르더라도 모든 진행이 즉흥적이고 여기에 대해 연주자 스스로가 제약이라 생각하지 않는다면 충분히 자유로운 연주가 가능한 것이다. 이 경우에는 아무런 준비없이 그저 연주자가 내키는 대로 연주하지만, 연주자는 그 와중에 충분히 음들의 논리적 관계를 생각하면서 연주를 펼칠 수 있다. 이것은 작곡자가 작곡을 하는 경우를 생각하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작곡자는 머릿속에 아주 우연히 떠오른 짧은 멜로디나 몇 개의 음에서 출발해 하나의 완성된 곡을 만들어 나간다. 그리고 이러한 작곡은 몇 달 혹은 며칠 동안 수정에 수정을 거듭하여 완성되는 경우가 있고, 한편으로는 악상이 떠오른 그 순간 곡의 전체가 완성되는 경우도 있다. 

https://en.wikipedia.org/wiki/Dee_Dee_Bridgewater

 

Dee Dee Bridgewater - Wikipedia

From Wikipedia, the free encyclopedia American jazz singer (born 1950) Dee Dee BridgewaterBirth nameDenise Eileen GarrettBorn (1950-05-27) May 27, 1950 (age 74)Memphis, Tennessee, U.S.OriginFlint, Michigan, U.S.GenresOccupation(s)Singer, actress, record 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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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순간적으로 떠오른 짧은 악상을 그 순간 연주하고, 그 연주하는 순간에 다음 연주할 부분을 생각하면서 연주한다면 어떨까? 그 대표적인 연주자가 바로 키스 자렛(keith jarrett)이다. 

https://en.wikipedia.org/wiki/Keith_Jarrett

 

Keith Jarrett - Wikipedia

From Wikipedia, the free encyclopedia American jazz/classical pianist and composer (born 1945) Keith JarrettJarrett in August 1975Born (1945-05-08) May 8, 1945 (age 79)Allentown, Pennsylvania, U.S.GenresJazz, classical, jazz fusion, free improvisationOcc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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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한 <Kin Concert> 1973 을 중심으로 한 그의 즉흥 솔로 콘서트 연주들은 순간의 감정, 느낌에 충실한 자유로운 즉흥 연주이면서도 곡의 진행에는 매우 논리적인 면을 보였다. 그래서 감상자들은 그의 연주를 공감하면서 뒤쫓을 수 있었다.

이러한 논리성은 자신의 음악적 경험을 최대한 살려 블루스, 가스펠 등 여러 음악 형식들을 연주에 차용한데 있었다. 이런 여러 음악형식들을 순차적으로 이용해 나가는 그만의 방식은 작은 형식들을 중첩시켜 나갔던 작곡 중심의 아방가르드 재즈와 유사했다. 단지 이들 형식들의 연결이 매 순간 자신의 느낌을 따라 즉흥적으로 자유롭게 이루어졌다는 것이 다를 뿐이다. 

https://www.youtube.com/watch?v=AyLQGDIrGcI


미국을 넘어 세계로

한편 기존의 형식을 뛰어넘어 새로운 연주를 펼치는 것에 대한 프리 재즈의 관심은 음악경험을 확장하는 데에 이르렀다. 마침 당시 미국에서는 흑인에 대한 인종적, 정치적 편견과 차별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었기 때문에 이를 견디지 못한 많은 연주자들이 유럽으로 건너갔다. 

The Best Jazz Clubs In Paris

 

유럽으로 건너간 미국의 연주자들은 유럽의 음악인들과 교류하면서 유럽의 민속음악, 전통적인 클래식과 현대음악, 나아가 재즈의 원류 격인 아프리카 음악 전통과의 만남은 프리 재즈뿐만 아니라 재즈 자체의 개념을 확장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이전까지의 재즈는 미국의 문화만을 반영하고 있었고 그래서 재즈는 미국 음악이라는 생각이 미국 내외적으로 지배적이었다. 그런데 아프리카와 유럽 등의 음악이 재즈와 결합되면서부터 재즈는 단순히 미국만의 음악이 아닌 세계의 음악이 되었다. 이렇게 재즈가 유럽으로 건너가면서 유럽은 ECM레이블로 대표되는 재신들의 문화적 상황에 맞는 재즈를 양산하기 시작했고, 이로 인하여 프리재즈는 보다 더 다양하고 세분화되었다. 


집단 중심의 발전

 

프리재즈는 감상자에게 기존의 음악뿐만 아니라 나아가 아름다운것, 조화로운 것에 대한 관념을 뒤집거나 포기하고 새로운 차원에서 생각하기를 요구하는 하나의 정신에 가깝다. 프리재즈는 무작정 내 맘대로 연주를 한다고 해서 프리가 아니다. 그보다는 기존 관념에서 벗어나 독자적인 연주를 펼치기 때문에 프리인것이다.

때문에 프리재즈가 구조를 무시한다고 볼 수는 없다.

오히려 그들은 누구보다 구조의 새로운 창조에 관심이 많다. 단지 그 구조가 연주자마다 다른 개별적인 성향을 보이기 때문에 구조로 들리지 않는 경우가 많을 뿐이다. 다시 말해 프리 재즈는 너무나 많은 방법론이 존재했기 때문에 오히려 프리재즈 전체를 아우를 만한 연주방법론이 존재할 수 없었다. 그리고 이러한 다양한 방법론들은 프리 재즈 내에서 하나의 독자적인 위치를 점유하면서 프리 재즈의 폭을 보다 더 넓게 확장시켰다. 

 

한편으로 이러한 다양화에는 재즈와 사회에 대한 생각을 공유하는 연주자들로 구성된 집단의 힘이 컸다. 이 집단이란 단순히 함께 하는 그룹을 의미하지 않는다. 연주에 있어 서로 같은 음악적 아이디어를 공감하면서, 동시에 1960년대 당시 미국 내에 편재해 있었던 인종차별에 대한 저항을 목적으로 한 연주자들의 힘의 조직을 의미한다.

이런 단체들 중 가장 좋은 예로 AACM(Association For The Advancement Of Creative Musicians)을 들 수 있다.

https://en.wikipedia.org/wiki/Association_for_the_Advancement_of_Creative_Musicians

 

Association for the Advancement of Creative Musicians - Wikipedia

From Wikipedia, the free encyclopedia American nonprofit organization The Association for the Advancement of Creative Musicians (AACM) is a nonprofit organization, founded in 1965 in Chicago by pianist Muhal Richard Abrams, pianist Jodie Christian, drummer

en.wikipedia.org

 

이들은 함께 연주를 하면서 음악적 아이디어를 교환하는 것은 물론 자신들의 음악을 독자적으로 체계화하려고 노력했으며, 이를 다시 새로운 연주자들에게 교육하려고 했다. 이와 같은 프리재즈 연주자들의 집단화는 순수 즉흥 연주를 우발적 퍼포먼스가 아닌, 재즈의 과거와 현재를 잇는 역사성을 띤 연주로 발전시키고자 했던 의지의 반영이었다. 그러나 어느 집단도 결코 프리 재즈를 통일시키지 못했는데, 이는 이미 설명했던 것처럼 연주자의 의지와 상관없이 준수해야 하는 형식을 거부했던 프리 재즈의 태생적 한계 때문이었다. 


대중의 소외

프리재즈의 자유로운 즉흥연주는 만들어진 음악보다 연주과정 자체에 관심을 두는 경우가 많았다. 반면 아방가르드로 묶이는 작, 편곡 중심의 연주는 상대적으로 연주된 음악에 더 큰 의미가 있었다. 그런데 이 두 가지 방향의 예측 불가능하고 개방적인 음악들은 감사자들이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것이었다. 

기존의 형식과 다른 새로운 형식을 지향하고, 또 매번 이것을 쇄신시켜 나가는 프리재즈는 철저하게 연주자 중심의 음악이었다. 때문에 대중이 소외되었던 것은 당연했다. 그래서 일반 대중들의 귀에는 집단 즉흥 연주의 혼란스러운 사운드가 연주자들마저도 서로 의사소통이 되지 않는 것처럼 들렸을지 모른다. 음악의 이해와 감상이 최소한 음악 자체와 감상자 간의 소통을 전제로 한다는 것을 생각한다면, 프리재즈는 기존의 음악형식에 익숙한 일반대중들에게 외계인들의 음악으로 느껴졌을 것이다. 그래서 대부분의 프리 재즈 앨범들은 상업적인 성공을 거두지 못했을뿐더러 기존의 음반사를 통하여 앨범을 제작하는 일도 쉽지 않았다. 대부분의 프리재즈 앨범들은 연주자나 그가 속한 단체의 자체 제작을 통하여 대중에게 조금씩 공개되었을 뿐이다. 

 

https://youtu.be/Qc8-tvm8nMU?si=gXdm-yYzjhZ_bEx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