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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재즈, 최규용] 모달 재즈

Arbor zip 2024. 8. 2. 18:01

하드밥 시대에 새로 등장한 연주방법을 '모달(Modal) 재즈'라 부른다.

이 연주방식은 기존의 비밥이나 초기 하드 밥과 확연히 다르다. 그럼에도 하나의 독자적 사조가 되지 못하고 하드밥 내에서의 한 흐름에 속하게 되는 것은 이 방식이 하드 밥 시대에 등장하여 퓨전재즈 등의 다른 사조에서도 부분적으로, 그러나 광범위하게 사용되었기 때문이다. 

 

존 콜트레인은 1959년 4월 <Giant Steps>를 녹음했다. 이 앨범의 타이틀 곡 <Giant Steps>는 무척이나 정교한 코드진행과 그 위에 펼쳐지는 콜트레인 특유의 현란한 즉흥 솔로 연주가 인상적인데, 진정 하드 밥이 만들어 낼 수 있는 최고의 경지를 보여준 연주라 할 수 있다.

 

https://www.youtube.com/watch?v=fZ1pcOenxoo

 

이 앨범으로 비밥의 연장으로서의 하드 밥의 연주방식은 한계에 이르렀다고 할 수 있었다 따라서 연주자들에게는 다시 새로운 연주의 출구가 필요했는데 그것이 바로 모달 재즈였다. 실제 존 콜트레인의 <Giant steps>와 마일스 데이비스의 <Kind of Blue>가 녹음시기에 있어 3주 정도의 시간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는 사실은 무척이나 상징적이다.

 

<kind of Blue> Miles Davis

 

기본적으로 비밥의 즉흥 연주는 코드체계를 중심으로 진행되기에 코달(Cohrdal)재즈라 할 수 있다. 그런데 모달 재즈는 코드가 아닌 모드(Mode)를 중심으로 즉흥 연주를 펼친다. 모달재즈의 즉흥연주는 기존 코드 중심의 즉흥연주와 상당한 차이를 보인다.

기존의 코드체계 중심의 연주는 테마로부터 자유로운 것이었으나 여전히 코드가 즉흥 연주의 진행에 제약을 주었다. 매 코드 변화마다 연주자는 그 코드 구성음들을 적절히 연결하면서 즉흥 연주를 펼쳐야 했고, 따라서 아무리 코드 구성음이 아닌 음들을 일종의 경과음처럼 사용한다고 하더라도 음들의 선택 폭은 그리 크지 않았다. 그러나 모달 재즈에서 코드는 최소한으로 축소되었다. 그러면서 즉흥 솔로 연주는 코드의 제약으로부터 해방되었다. 

연주자는 이제 매순간 코드 구성음을 따지고 이를 조합하는 데에 집중할 필요가 없게 되었다. 이 얼마나 자유로운가? 이제 연주의 핵심은 제약을 어떻게 능숙히 벗어나 자연스러운 연주를 펼치는가가 아니라, 어떻게 내적인 서사 구조를 지닌 이야기를 만들어 내는가로 바뀌게 되었다. 

그래서 즉흥연주는 보다 더 멜로디적인 것으로 바뀌었고, 변화가 많지 않은 코드 진행으로 인해 곡에는 명상적이고 관조적인 분위기가 지배하게 되었다. 

 

https://www.youtube.com/watch?v=LvFYlrWMzQM

 

이는 사실 당연한 것이다. 아무리 멜로디 감각이 뛰어난 비밥 연주라 할지라도 기본적으로 연주자는 머릿속에 수직적으로 음들을 쌓아 올린 코드를 연상하면서 연주를 펼쳐 나간다. 그런데 이 쌓아 올려진 코드음들은 연속적이지 않다.

반면 모달재즈에서는 수평으로 펼쳐진 음계의 구성음들을 생각하며 연주하게 된다. 이 음들은 서로 잇달아 연결되어 있다. 따라서 비밥 재즈의 즉흥 연주가 음들의 무작위적 펼침에 해당했다면 모달재즈는 음들의 개연적 연결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차이는 감상에게 보다 더 잘 통할 수 있는 정서적 요인을 집어넣을 수 있음을 의미하기도 한다. 

 

https://www.youtube.com/watch?v=pzdf7eYGOJE